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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바이든 : 미국 동부에서 바라본 2024 미국 대선

sokki 2024. 4. 3. 08:05

유학생으로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 바이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 생각엔 사람이 참 자신의 처지나 입장에 따라 지지하는 사람이 달라지고, 사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게 내 자신이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냥 이런저런 핑계로 스스로를 합리화할 때가 많이 있다. 

미국 대선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이제 곧 2025년과 그 이후 4년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세계의 역사를 이끌어갈 결정이 내려진다. 한국인으로서 우리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길 바라야 할까? 트럼프? 바이든? 사람마다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대부분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물론 백인/흑인들도 많이 있지만. 동양인들도 더러 보게 된다. 하지만 내가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을 볼때, 동양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범주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많이 느낀다. 왜냐하면 동양인들은 서로 동양인으로서 묶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동남아 아시안들과 동북아 아시안들이 다르고, 중국, 한국, 일본의 아시안들도 서로 다르게 묶이길 원한다. 같이 다니는 무리를 봐도 같은 국적의 사람들끼리 다니지 피부색이나 인종만 비슷하다고 해서 같이 다니거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 여하간 내가 사는 지역에는 백인들도 많지만, 다른 유색인종들도 꽤 많이 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여기 미국의 어린 유색인종 친구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확실히 민주당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은 민주당이 지지하는 여러가지 다양성 포용 정책이라던지, 조금 더 인륜적인 정책들; 이민자 수용, 약자들에 대한 복지 증가, 기득권층에 대한 세율 증가 등에 대해서 많이 동감하는 듯하다. 그러나 반대로 유색인종 자녀들을 둔 부모들, 부모 세대들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의 정책을 더 지지한다. 그리고 특별히 트럼프가 시행하려고 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 같다. 이유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합법적인 이민자뿐 아니라 여러가지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텍사스 같은 곳에 트럼프가 장벽을 세우자고 했던 이유가 정말 많은 남미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래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안정한 사람들이 많아서 영어도 잘 하지 못하고, 또 전문적인 직종보다는 값싼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미국으로 들어와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인이 내게 해주었던 얘기를 근거로 해서 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 문제는 꽤 심각하다. 바이든도 올해부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이민자들을 가려서 받겠다고 선포를 하고 있는 와중이니, 미국의 국민적 여론이 어떤지 실감할 수 있다. 나는 이민자도 아니고, 그냥 유학하는 외국인 학생이지만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낀다. 내가 생각했던 미국은 여유 있고, 돈도 많은 부유한 나라였는데 생각보다 미국도 사정이 아주 좋아 보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20-30여년전을 생각해보면 미국은 모든 면에서 부강해서 많은 이민자들을 대거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 특별히 low-class에 해당하는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이 안그래도 힘든데 이민/불법이민으로 오는 사람들 때문에 더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도 잘 사는 국가이긴 하다.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땅도 많고, 자원도 풍부하고, 인적 자원도 풍부해서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나와주고 있다. 하지만 어느 자본주의 국가가 그렇듯, 그리고 미국과 같이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나라는 더욱 그러할 터, 빈부격차가 너무나도 심하다. 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반면, 돈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방세를 내지 못해 길거리에 나와 잠을 잔다. 미국에 다니면 홈리스를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잘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홈리스인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들었다. 

언뜻보기에는 정말 부유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면 아주 잘 살수 있을 것 같은 곳, 미국.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잔인함이 있다. 돈이 너무나 중요한 주제이고, 돈이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주의나 다른 공산체제를 동경하는 건 아니다. 그런 체제들이 갖고 있는 이룰 수 없는 꿈들은 비록 달콤해보이더라도 하나 같이 실패했고, 결국 인간 내면에 있는 이기심을 제거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인해 무너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인류가 내놓았던 사회 시스템 중에서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확신은 없다. 그러나 최선이라고 해서 이상적인 사회는 아닌 것이고, 그것을 미국을 통해서 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올해 연말에서 큰 이변이 없지 않는 한 트럼프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은 트럼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트럼프가 하는 말들이나 언론에서 보도되는 그의 스캔들을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라 마치 거대 마피아 조직 두목에게 따라다니는 그런 죄목들인 듯싶다. 그런데 많은 미국 사람들이, 백인, 흑인, 히스패닉, 황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백인들은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유색인종들까지? 그렇다. 이들이 트럼프의 개인적인 추문들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트럼프 그 사람의 인격보다는 트럼프가 미국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방향인 것 같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임,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람들을 거의 광신도처럼 생각하는데,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다시 이전의 영광으로 되돌려 놓고자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조직 이름이다. 미국이 위대했던 시절, 그건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정말로 풍요로웠던 그 시절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미국은 그 당시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고, 내가 볼때는 미국 내부에는 이미 진보 성향의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자본주의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많아졌다. 물론, 자본의 힘에 의해서 Harvard 대학교 총장인 Gay 총장이 내려와야 하는 그런 상황들도 생기긴 하지만, 미국이 다시 이전의 보수적인 사회로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보수와 새로운 진보가 태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 구성원들도 더이상 피부색으로 결정되지 않고, sexual orientation으로 결정되지만은 않는다. 즉, 앞으로 미국이 가게될 미래는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일 것이라는 것. 

한국 사람으로서 미국을 볼때,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이 한국에게, 적어도 대한민국에게는, 좋은 일들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원조도 많이 해주었고, 동맹 관계를 유지했고, 교육도 많이 지원해줬다. 물론 이것이 미국의 자국의 이득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겠지만, 그당시에는 명분이 더 중요했던 시대여서 미국이 명분에 따라 우리를 도와줬던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미국은 명분이 아니라 실리를 추구하는 듯하다. 주머니 사정도 조금은 넉넉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미국을 비판할 수야 있을까. 어차피 모든 나라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지 않는가? 한국도 한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동맹을 맺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피차일반이다. 여하간, 나는 미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한국도 마찬가지. 더 좋은 곳이란, 더 여유로워지고, 빈부격차도 줄어들고, 평화롭고, 역동적인 곳. 트럼프나 바이든 누가 되든 그 사람들이 만들려고 하는 미국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아니,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미국은 어떤 쪽에 더 가까울까? 어느 쪽이든 큰 차이는 없어보이고, 미국은 결국 자국 우선주의로 계속 걸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을 누르거나 견제하는 일도 생길 것 같다. 한국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서 대비를 잘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