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작 전에 아직 실력 부족한 CS 박사생임을 밝힌다. 그것도 학부 전공도 CS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밝힌다.
의료에 몸을 담다가 임상은 영 내 영역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바람에 뛰쳐나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의료정보학을 석사로 하고, 전산과학(Computer Science)을 박사로 하게 되었다. 현재 인기가 좋고 전망이 좋다는 자연어처리를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특별히 과거에 조금이나마 연이 있던 의료쪽에 도움이 되고 분야의 융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의료 영역에서의 자연어처리 연구를 하고 있다.
요새 Nvidia 주가도 좋고, 인공지능과 연결고리가 있는 분야들이 높은 기대감과 함께 주식이 상승세에 놓이게 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럴만하다. 나는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진 것에 대해서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기억에는 많이 남지만. 그래도 기계가 얼마나 빠르고 똑똑한데, 그런 게임조차 인간한테 질까, 아무 것도 몰랐어도 오히려 한번 알파고를 이겼던 이세돌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ChatGPT를 처음 써보게 된 건 연구실에서 옆자리에 있던 동료 연구원이 한번 써보라고 권하면서부터다. 충격 그 자체였다. 글을 써 넣으면 기계가 마치 사람이 글을 타이핑 하듯이 줄줄 글을 만들어서 내는데, 이건 컴퓨터 네트워크 뒤편에 누군가가 사실 써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Alan Turing이 Can Machines Think에서 썼던 생각하는 기계, Turing Test를 통과한 기계가 나온 셈이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OpenAI는 빠른 시간안에 셀수도 없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였고, 그들이 시장에 내놓은 이 새로운 기계는 마치 스티브잡스가 2000년도 후반에 iphone과 함께 등장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누구나 앞으로 모든 산업 전반이 바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AI 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눈에는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사라지게 되는 일자리가 더 잘 보이기 마련인가보다. 매체들에서도 연신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분석하는 듯하다. 2023년 7월 경에 삼성역에서 KAIST 김대식 교수님이 강연하시는 자리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 교수님도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서 ChatGPT의 예시를 들면서 말씀하셨다. 인공지능의 수준이 너무나 올라왔고, 특이점(singularity)을 갖게 되었다고 할만큼 왔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갈 어린 친구들의 미래는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 김대식 교수님.
특이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 특히 이론쪽으로 연구를 하는 분들은 이 특이점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다. 엄밀히 말하자면 특이점(singularity)란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고도의 지능을 갖고, 자아를 갖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 뇌나 정신이 컴퓨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컴퓨터는 몸은 기계여도 생각하는 것은 인간과 같을 것이다. 이런 것을 특이점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SF에서만 가능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 현실일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특이점이 오려면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인간의 정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물리적인 차원에서 정의되는 정신과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정신에는 아직도 큰 괴리가 있다. 어떤 식으로 정신이 작동하는지 명확한 이론도 없다. 현재까지로는 뉴런들의 신호 다발들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신호의 집합이 정신이라는 것 같은데,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서 아직은 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까지도 물질들의 무수한 신호나 흐름이 어떻게 이런 정신 작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정신도 그저 허무맹랑한 것이고 실재는 그저 화학 물질들의 흐름이라고 본다. 증명도 안되고, 납득도 안되는 바보 같은 설명이다.
과연 기계의 전기신호들이 정신작용을 모방한다고 해서 정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것은, 발전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인간처럼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는 사람만큼의 지능을 갖게되길 소원할 것이다. 지능, 그래 어쩌면 인공지능이 인류보다 IQ가 높은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인간처럼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도 간단한 AI 모델한테 피부병 사진을 주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악성 피부암들을 골라내라고 하면 현역에서 활동하는 피부과의사보다도 잘 구분해낸다. 그렇다고해서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만일 인간을 모든 염색체 하나까지 재설정할 수 있고, 인류의 모든 질병의 원인을 알고 제거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인간의 성격의 문제와 심리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때에야 비로소 아주 쉽게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올것인가? 글쎄, 목표가 가까이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지 않는 까닭은 현재 인공지능 연구들에서 계속적으로 높은 성능의 모델들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조차도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도 여전히 수수께끼같은 것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기에 그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길 원하는 나이지만, 어떤 때는 아날로그,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우리 존재의 본질을 더 잘 일깨워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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